하루가 멀다 하고 황우석/MBC 관련 글이 이슈를 이루고 있습니다.
난자매매의혹이 제기된 후에도 계속 황우석씨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와중에, 뭔가 답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하는 다음 토론장에서 퍼온 글입니다...
그저 막연하게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저 글을 읽으면서 개운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논란의 초점도 상당부분 옮겨간 지금이지만, 그래도 이 글이 던지는 내용은 충분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를 경이적으로 생각하던 사람입니다.
각종 매체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그들의 헌신성과 집념,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지요.
이번 연구용 난자의 출처 논란을 처음 접했을 때는 저도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과학계도 결코 깨끗한 곳은 아니기에 음모론 주장도 그럴 법 했구요.
다만, 과거 황우석 교수팀의 동물 연구를 다룬 TV프로그램 화면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소의 난자를 대량 채취하여 신선한 상태로 공급하기 위해 새벽부터 노력하는 모습..당연히 소는 과배란 주사를 지속적으로 투약한 상태였죠.
연구를 위해서는, 특히 빠른 연구성과를 위해서는 그렇듯 건강한 난자가 대량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때 장면을 문득 떠올리며 드는 생각이 건강한 사람의 난자는 어떻게 빨리 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헌혈, 장기기증, 사체기증하시는 분들 많지 않습니다.
특히 헌혈했다 에이즈 걸렸다...해부실습한 의대생도 사체기증은 말리더라..이런 얘기를 들은 사람이라면 더 그렇죠.
오늘 PD수첩을 보면서 상당부분의 의문은 풀렸습니다.
황우석 교수가 인지했건 인지하지 못했건 간에, 돈이 필요한 여성들의 난자를 매매하여 다량의 난자가 미즈메디병원을 통해 황우석 연구팀에게 공급된 것은 명백한 사실로 보입니다. (미즈메디 원장이 직접 고백한 내용이죠..)
많은 분들이 이 사실을 접하고도 '힘든 기증을 한 사람에게 금전적 보상을 한 것이 무슨 문제냐' 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기증에 따른 보상'이 아니라 '경제적 유인에 의한 매매'라는 점을 직시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외부의 강요된 조건, 즉 카드빚이나 경매에 몰린 상황에서 당신의 몸에 들어있는 일부(난자)를 팔면 돈을 주겠다라는 제안을 하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학적 설명도 없이 또한 용도에 대한 적절한 설명도 없이 '기부'라는 형태의 계약서를 통해 매매한 것입니다.
이게 무슨 문제냐...하는 분들,
이 분들은 매혈과 장기매매도 찬성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5-60년대만 하더라도 매혈이 음성적으로 번성했습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들이 그날그날 먹을 돈이 없어서 줄서서 피팔고 돈받아서 연명했습니다.
지금 헌혈이 부족해서 난리입니다.
혈액재고가 위험수치라고 합니다.
헌혈, 숭고한 사람을 살리는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헌혈하시는 분들에게도 경제적 보상 해주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장기매매는 어떨까요?
요즘 카드빚에 몰리고 신용불량자 되신 분들,
공중화장실의 장기매매 광고보고 심각하게 고민해보신 분들 많을겁니다.
장기기증도 사람을 살리는 숭고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신장하나 뗀다고 해서 대부분의 사람은 죽지 않습니다.
장기기증 하시는 분들에게도 경제적 보상 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그러나 매혈이나 장기매매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선진국 어딜 가도 그렇습니다.
왜일까요?
매매를 허용하게 되면 경제적 약자, 사회적 약자들이
어쩔 수 없이 판매자로 나서게 되고
이로 인한 일종의 신체 착취가 일어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돈많은 사람들은 돈주고 살 수 있기 때문에 팔 이유가 없지요.
돈없는 사람들은 어차피 살 수 없기 때문에 살 여유가 없지요.
법과 사회가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구성원 전체의 보편적 인권입니다.
자기 신체에 대해 외부 간섭 없이 자기결정권을 갖는 것은 천부적인 인권입니다.
물론 우리 사회는 완벽히 평등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신체 매매가 존재하는 것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 즉 양극화 때문이겠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경제논리에 의한 매매, 일종의 신체착취를 용인한다면 매트릭스도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보편적 명제,
사실 확립된 지 얼마 안되었습니다.
노예는 사람이 아니었고,
여성은 사람이 아니었고,
식민지 백성은 사람이 아니었고...
이런 세상 지나온 지 얼마 안되었습니다.
지금 죽어가는 난치병 환자,
장기가 없어 죽어가는 환자,
혈액이 없어 죽어가는 환자,
모두 소중한 생명입니다.
그러나 신용불량자, 극빈자, 어린이, 사회적 취약계층 모두 소중한 생명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돈이나 권력을 이용하여 강제한 혈액, 장기, 난자를 통해 살 수 있는 생명에 찬성한다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명제일랑 던져 버려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 또한 생명공학의 발전을 원하고 난치병의 치료를 원합니다.
그리하여, 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의학적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라고 생명공학 연구자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때문에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합리적인 기증 문화도 자리잡길 원합니다.)
그러나, 제가 생명을 연장하는 대가로 나와 같은 다른 사람의 희생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이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가까운 미래에 매트릭스의 실재를 보게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매혈과 장기매매에 반대하기 때문에 난자매매 반대합니다.
경제적,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판이 없는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그래서 황우석 교수가 인지했건 인지안했건 간에, 난자의 공급방식을 알게 된 지금에 와서는 솔직히 사과하고, 정당하고 도덕적인 방법으로 연구의 새출발을 하시기 바랍니다.
이게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하면 매혈과 장기매매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난자매매 문제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매혈과 장기매매도 찬성하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스스로의 주장이 모순임을 인정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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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 밤에 글을 올리고 출근해서 이것저것 하고 나서 보니 여러가지 의견들을 많이 주셨네요.
제 글에 대한 반박을 포함해서 일리있는 의견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들을 보니 한 두 가지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어 추가합니다. (더 길어지겠네요...죄송..^^;)
의견들 중 크게 눈에 띄는 것이 2가지 정도가 있는데요.
난자와 장기를 동일하게 비교할 수 있느냐 하는 것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 일정한 희생 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첫번째부터 조금 부연설명을 드리면, 난자 채취가 정액 채취나 소변 샘플을 구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면 저는 이런 글 쓰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난자 기증을 홍보하여 황우석 교수가 불편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얘기를 먼저 했겠죠.
제가 알고 있는 한에서 난자 채취는 여성의 신체에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일단, 한번에 많은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 과배란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하구요.
이는 기본적으로 여성의 정상적인 생리 주기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여성들이 먹는 피임약도 배란을 강제적으로 막는 것으로 장기 복용하게 되면 부작용이 많아 아는 분일수록 되도록 먹는 피임약을 권하지 않습니다.
또한,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을 보니 이는 사실상 수술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마취를 해야하고, 여성의 질을 통해 난소까지 채취기구를 찔러넣어 과배란된 난자 여러개를 직접 채취하는 방식입니다.
성형수술하다가도 죽는 사람 있듯이, 수술이란 기본적으로 많은 위험이 따르는 것이고 100% 안전이란 보장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험성 및 부작용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장기랑 비교할 수 있냐고 하신 분들,
저는 장기기증은 찬성합니다. 장기매매를 반대할 뿐입니다.
그리고, 장기매매 광고의 주 대상인 신장은 하나 떼어낸다고 죽지 않지 않습니다.
1개 만으로도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고 그 한 쪽의 신장기능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한 건강에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해서 많은 분들이 장기기증하셨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그것은 본인이 선택할 문제이지 제가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대부분은 문제가 없으나 수술을 해야하므로 위험성이 따르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혹시 모르는 미래의 일을 대비해야 하는 '희생'이 있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이는 전적으로 개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이니 '돈줄테니 팔아라'라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난자 역시 위의 제 설명에 수긍이 가신다면 장기와 마찬가지로 돈을 미끼로 매매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두번째로, 연구를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 대해서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에 기본적으로 동의합니다.
줄기세포 연구 뿐만아니라 모든 의약제품 등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동물실험 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의학과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연구기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은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인권을 존중하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져야만 가치있는 것입니다.
가장 빠른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제의 731부대처럼 생체를 실험자료로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좋습니다.
너무 극단적인 비유라구요? 실제로 731부대는 여러가지 연구성과를 남겼고,
일제는 국익을 이유로 그 사실을 은폐하면서 연구를 진행했고,
미국도 국익을 이유로 사실을 은폐하고 연구성과를 가로채 갔습니다.
그들이 가져간 국익에 비하면 일부 조선인과 중국인의 희생은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를 거론하는 이유는, 설령 소수(수천명)의 희생으로 다수(수억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누구도 그 소수에게 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국익을 위해서 한 번 화끈하게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몇천 명만 희생하면 되는데요.
여기 계신 어느 분이 그 몇 천 명에 해당할지는 모르겠지만, 수천만 명이 살고 나라가 사는 길이 아닙니까?
이렇게 말씀드리면 흔쾌히 동의하고 '그래. 내가 희생하련다'하고 나서시겠습니까?
제가 '자발적인 동의'를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기부, 기증문화는 훌륭하고 기부하는 분들이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문화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거기에 브로커를 낀 '매매'가 결합되는 순간, 기증은 증발하고 팔 수 밖에 없는 약자들만 그 대열에 서게 됩니다.
이것이 조선시대에 돈없는 자는 군역의 의무를 지고, 돈있는 자는 군포로 대신했던 제도와 무엇이 다를까요?
속되게 표현하면 '나는 돈낼테니 너는 몸으로 때워라' 이상은 아닙니다.
저는 이 논의가 생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과정상의 문제를 투명하게 인정하고 사회 전체가 생명과학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어떻게 건전하게 조성해 나갈 것인가를 논의하고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가는 길이 더뎌 보여도 가장 빠른 길이 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생각난 일화...
괴짜경제학이라는 책에 보면, 탁아소에 아이를 맡겼다가 찾아가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아이를 찾아갈 때 지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탁아소측에서 보면 지연되는 시간에도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손해지요...
그래서 지각을 막기 위해 벌금제를 도입합니다. 몇 분 지각하면 얼마... 이런 식으로.
그런데 그 후로 오히려 지각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지각시간도 길어졌습니다.
왜일까요?
부모들은 지각에 따른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 등의 감정을 벌금을 내는 행위로 대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탁아소는 부모들의 복합적인 죄책감에 너무도 싼 값을 매겨버렸던 셈이죠.
전 아직 돈으로 사고 팔 수 없는 게 여러 개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돈이면 안될 게 없다는 명제를 받아들이게 되면, 저 자신은 돈보다 못한 인간이 되는 거니까요... 아직, 그럴 순 없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