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헌날 카프리만 마시다가 뭔가 새로운 걸 마셔보잔 생각에 스타우트를 집어든다. 영수증을 보니 카프리나 스타우트나 가격이 같군. 1050원이라니, 이런 것을 그간 3000원돈을 주고 마셔주었단 말인가. 그러다가 베란다에 수북하게 쌓인 빈 병을 슈퍼에 갖다주면 병당 얼마씩 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사는 게 참 구질구질하구나. 나는 왜 별 차이도 못 느끼는 주제에 가격대 용량비가 훌륭한 카스 패트병을 집어들지 않고 카프리 병을 집어드는 것이냐. 하이트는 확실히 꺼려지지만 카스나 카프리라면.. 크게 차이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나는 꿋꿋히 병맥주를 집어든다. 병나발 불 수 있다는 옵션 덕분인가? 아니면 대학시절 동기놈이 카프리에서 볶은 보리맛이 느껴진다는 미친 소리에 나도 모르게 경도되어버린 탓일까. 어이없는 개구라도 능력이라고 생각되는 요즘이다.
아침부터 바퀴벌레 한 마리를 잡았다! 잡다니, 잡았다고, 바퀴벌레를. 다행히도 대략 2.5cm정도의 덜 자란 놈이었기에.. 소중한 책으로 바퀴벌레 따위를 잡을 수는 없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그놈도 뭘 고민중인지 같은 자리에서 한참을 붙어있어줘서 다행이다-마침 수건 박스로 살짝-_-a 때려서 바퀴의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잡는 데 성공하였다. 아아, 이런 보람있는 일이. 변기에 넣고 황지우처럼 외워본다. 나무아미타불, 극락왕생, 다시는 나와 인연을 맺지 말자꾸나. 그 노무 시키 하필이면 천장에 붙어있어서 삼호는 목이 꺽어지도록 쳐다보며 턱을 달달달 떨며 애앵애앵거린다, 저거 잡고 싶어효- 저건 균덩어리잖아, 저런 거 먹지 말라고. 그러다 보니 호냥이가 반쯤 씹어놓은 귀뚜라미가 떠오른다. 어째서 곤충의 내용물은 희끄무레한 색이냐고! (아아- 하긴 인간의 내용물은 왜 피비린내가 진동하냐고- 라고 외치면 할 말이 없구나) 하지만 나는 뻔히 호냥이가 바퀴벌레를 사냥하여 으적으적 씹어놓곤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것쯤 금새 잊어버리는 관계로 호냥이의 입을 킁킁거리다가 핥아짐을 당하고야 만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핏물 뺀 돼지고기를 으적으적 씹어삼키는 몸이라서 동족상잔의(응?) 육식동물로서의 교감 만땅~♡
백수달력 5일차. 어버이날 이벤트에는 당연히 회사 그만둔 것은 비밀, 언제나처럼 퇴근 후 피곤하다는 투로 투덜대며 1시간 있다 갈게, 내일 가면 안돼? 를 연발하는 것이 나의 의무. 아, 하지만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김치를 많이 많이 싸가지고 와야겠군요. 하긴, 부모님 입장에서는 딸자식 얼굴 보는 게 이벤트죠. 1년에 기껏해야 5번 정도 있는 일이니. 그러니까 갈 때는 맛있는 것 좀 해줘요 ㅜ_- (고추장불고기는 비계 없는 걸로 해달라고 몇 번을 말했어, 응?!!) 하기사 아버지는 내가 두어번 전화를 받지 않으니 죽었는줄 알고 일간 방문하실 생각을 하고 계셨단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요, 당신 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8평짜리 관 안에서 얌전히 돌아가신 상태라고요. 고등학교때 문학선생께서는 니들은 인스턴트를 하도 많이 먹어서 죽은 다음에 시체도 안 썩을거야, 라고 했는데 아 글쎄, 그게 진짜일줄은 몰랐어요. 이렇게나 보존상태가 훌륭하다니, 세상은 넋놓고 살아도 살만한가봐요.
날씨가 미친듯이 좋아서 밖을 1시간 돌아다니고 집에 왔더니 목이 붓는다. 서울 공기는 아주 개차반이라니까. 좋은 공기를 마시려면 수목원 방문 이벤트라도 해야 하는 것이냐. 호흡은 생활이지 이벤트가 아니잖아! 서울생활, 이 탁한 공기가 진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라기보다는 목이 반응해버리니.. 라고 얘기하기에는 흡연자가 매연 때문에 목 아프다고 얘기해도 되는 거야?;;
흐음.. 공기 좋은 숲길에서 산책하고 싶어요, 산책~ 천천히- 슬슬슬. 다음 주에. 우호호호호-
지롤한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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