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가격이란 무엇일까? by marlowe
저는 고음질보다는 대화면에(비교가 좀 이상하지만^-^) 열광하는 부류인데, 실제로 겪다 보니 이게 참 재미있어요.
step 1. 벽지만으로도 대만족!
19인치 모니터로 모든 걸 해결하다가 120인치 화면(중고 프로젝터)에 투자했는데, 처음에는 일단 대화면에 압도되어서 벽지에다가 영화 보면서도 좋기만 했어요. 와우~ 굿. 돈이 절대 아깝지 않아!
step 2. 땡땡이무늬가 거슬려...
근데 제 방 벽지란 것이 아이보리색 바탕에 은빛의 땡땡이무늬가 찍혀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 땡땡이무늬쪽은 고휘도(?)가 되어 바탕보다 좀 더 빛나보이는 것입니다. 이거 슬슬 불만스럽더라구요.
step 3. 벽지보단 전지가 낫겠지?
항상 압박을 느끼는 '가격대성능비'원칙에 따라... 스크린에 몇십만원이나 되는 돈을 투자할 순 없다! 그래서... 흰색 전지를 샀습니다. 벽 한 면을 전지로 도배하다시피 했지요. 일단 땡땡이는 없어지니 괜찮더라구요.
step 4. 전지도 똑같은 전지가 아니라네?
커뮤니티에서 각종 정보를 보던 중, 제가 쓰는 프로젝터가 검은 색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뜬다')는 얘기들이 많네요. 그러면서 이왕 전지를 쓴다면 '대세는 회색 전지'라는 겁니다. 마침 전지를 애완동물께서 긁어놓은터라 회색 전지를 새로 마련했지요. 이놈은 일반 전지보다 네배는 더 비싸더군요.(그래봤자 장당 1,200원 수준이었나)
step 5. 근데 넘 화면이 어두운가...
그리고 또 별 생각 없이 보다가... 놀러온 친구가 한 마디 하는 겁니다. 색이 어둡고 색감이 안사는 것 같다...
헉.
친구가 가고 난 후 당장 색조절에 들어갔습니다. (현 상태에서 제 눈에 가장 맞는 것은 dramatic 모드-다른 모드보다 상당히 밝습니다-인데 커뮤니티에서는 cinema2 모드를 추천하네요. 당연히 저 좋을 대로 봅니다)
step 6. 화면이 잘리잖아!
네... 화면이 전지 밖으로 10cm 정도가 벗어나요. 원래부터 그랬죠. 프로젝터와 화면 거리를 제대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근데 처음엔 신경도 안 쓰이던 것이 날이 갈수록 눈에 거슬리네요. 결국 전지 한장을 더 가져와 이어붙였어요.
step 7. 이어붙인 선이 너무 보인다...
눈 덮힌 풍경, 주인공 회상 속의 찬찬한 햇빛... 몰입할라치면 여지없이 덕지덕지 이어붙여진 6장의 전지들이 제각각의 존재감을 팍팍 표출합니다. 이것은 통짜 스크린이 아니고는 해결이 안된다고요!
step 8. 전반적인 재조정이 필요해!
처음에, 가장 쉬운 컴퓨터-프로젝터간의 클론모드로 연결을 시켜놓았습니다. 물론 그때도 최적해상도나, 케이블 품질, 각 인치별 화면사이즈 등에 대한 정보들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을 공부해서 맞추고 옮기고 하는 일이 너무 귀찮았어요. (널부러져 있는 각종 케이블- 마치 넝쿨식물이 가득한 밀림 한가운데 내던져진 그 느낌이 너무 싫어요.)
그러나, 최초 구입일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 최적해상도와 dvi케이블과 스크린에 대한 욕심이 마구마구 생기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의 경우예요.
그런데 말입니다... step1에서 step8에 이르는 동안, 불만은 끊이지 않고 생겨나니 이상하죠.
화면이 전지 밖으로 튀어나오지도 않고, 땡땡이무늬가 눈을 현란하게 하지도 않고, 화면도 예전보다 제 눈에 맞건만, 결과적으로는 멋모르고 벽지에 영화보던 그때보다, 지금이 더 불만스럽다는 거죠.
이왕이면 좀 더 나은 화면, 좀 더 좋은 음질을 얻을 수는 없을까?...
욕심은 정말 끝이 없다는 것을 느껴요.(물론 제가 매우 구두쇠이긴 하지만 말입니다요.)
마지막에 "자신이 진짜 이 물건을 원하고 있는 지, 아니면 대기업과 대중매체의 교묘한 조작에 의해 소비를 강요 당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사실 이 둘의 경계는 너무도 미묘하여 스스로 알아차리기는 어려운 일일 것 같습니다.
분명히 후자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전자라고 착각하고 지갑을 여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나인가-ㅅ-) 매체의 압박이란 거의 세뇌 차원이라고 생각할 정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