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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항상 길거리에 나와서 앉아있는 할아버지를 보게 된다. 70대쯤 되어 보이는 그 할아버지는 내가 그 길을 걷기 시작한 후, 그러니까 벌써 9개월 이상을 매일같이 늘 같은 자리에 나와 앉아있다. 어디에나 있는 살짝 노망끼가 있는 할아버지. 몇 개월을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은 채 아침저녁으로 그렇게 지나쳐갔다.

그 할아버지는 그 동안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가겟집 아저씨에게 타박을 맞기도 하고 소리도 치고 웃기도 하면서 그리고 또 몇 개월. 내가 추측해낸 것이라고는 그 할아버지가 초라한 단층집에서 나온다는 것과 부인도 자식도 없이 혼자 살고 있으리라는 것이다.

원래부터 모르는 사람과 눈 마주치기를 기피하는 나로서는 -실은 매일 들고다니는 책조차도 대중교통에서 느끼는 시선처리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매일 보는 사람이라도 관심을 거둔 사람에게 눈길 한 번 돌리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이다. 그래, 9개월동안 고작 눈길을 몇 번 주었을 뿐, 나는 아직 그 할아버지와 눈 마주친 적이 없다.

최근에야 나는 그 할아버지가 죽음을 예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해줄 가족도 없고 만나서 정담을 나눌 친구도 없기에 자신이 죽으면 아무도 모르리라- 는 생각에 그 할아버지는 매일 그 길에 나와있는 것이다. 혹여 자신이 죽어 며칠 보이지 않으면 이 골목을 지나치던 누구 하나 정도는 자신의 죽음을 발견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매일을 그 길에 앉아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혹여 그 할아버지가 며칠 혹은 일주일, 한달을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나는 아무에게도 묻지 않을 것이며 그 할아버지의 집에 들어가 안부를 확인하는 일 따위는 절대로, 없을 것이다. 나는 아마도 옆집의 부동산 아저씨들이나 오지랖 넓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알아서 하리라- 는, 조금은 불안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그 빈자리를 지나치겠지.

불행하게도 나는 거기서 나 자신의 미래를 유추해내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젊고,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유폐시키고 있지만 내가 만일 그만큼 나이를 먹게 된다면, 인생에서 남편과 자식이라는 옵션을 택하지 않은 대가로 무엇을 지불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간직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의 가치가 지금은 동등하게 느껴질지라도, 내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혹은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계속 주사위를 굴리는 것이다. 조마조마하게, 내심 이제까지 잃은 것들을 한 방에 보상할 그 무엇은 없을까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겉으로는 그럴리 없잖아, 하는 냉소적인 자세를 유지한 채 곁눈질을 계속하면서...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못 가본 길에 대한 환상을 지울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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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事思史  |  2005/08/31 2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