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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알기 위해 내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는 사람, 그러나 그것이 내 이름인 것이 이상하여 자꾸만 당신의 이름을 불러보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이 어떤 인간인가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 저 사람은 냉소적인가 그렇지 않은가, 저 사람은 허영심이 많은가 그렇지 않은가. 저 사람은 냉소적이고 허영심도 많지만 어쨌든 나를 좋아한단 말인가 아니란 말인가. 나는 '알기' 전에는 사랑할 수 없는 사람, 하나 가끔은 알 수 없는 쓰다듬에 숨죽이는 사람이다.

……나는 나를 찌푸린 눈으로 보는 나에게 가장 버르장머리없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말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호프집에서 오줌보를 붙든 채 상체를 기울이는 사람이다. 나는 스스로 조금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내 앞사람이나 옆사람도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사실에 불쾌해지는 사람이다.

……나는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을 싫어하지만 누군가 내 방에 와 '책이 많으시네요'라고 한마디 해주면 기뻐하는 사람이다. 나는 농담을 좋아하지만 재치있는 사람을 보면 적의를 품는 사람. 나는 때론 돈 만원 때문에 우울해지는 사람이며, 현금지급기 앞에서 항상 뒷사람을 의식하는 사람이다.

나는 낯선 이들을 웃기고 난 뒤 안도하는 사람. 나는 나의 편견을 아끼는 사람, 나는 그 편견을 얻기까지 달려갔다 다치고 온 길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나는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봐 무릎이 떨리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에 대해 자주 질문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 대답하기 위해 내 이름을 부르면 고개 돌리는 사람, 그러나 그것이 내 이름인 것이 이상하여 자꾸만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이 어떤 인간인가에 대해서도 자주 질문하는 사람이다. 저 사람은 유머감각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저 사람은 속물적인가 그렇지 않은가. 저 사람은 유머감각이 있고 속물적이지만 어쨌든 나를 좋아한단 말인가 아니란 말인가. 나는 '묻기' 전에는 사랑할 수 없는 사람. 하나 가끔은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를 때 가슴이 철렁이는 사람이다.

……나는 동의하지 않아도 끄덕이는 사람, 나는 불안한 수다쟁이, 나는 나의 이야기,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 나는 나의 각주들이다.

……나는 이해받고 싶은 사람, 그러나 당신의 맨얼굴을 보고는 뒷걸음치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그러나 그 사랑이 '나는'으로 시작되는 사람이 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래도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나는 한번 더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사람,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처음부터 다시 말하는 사람이다.

- 김애란, [영원한 화자] 中


내가 좋아하는 소설들은 대체적으로 경쾌하다. 담고 있는 내용은 우울하고 막막할지라도 징징거리거나 묘사에 치우치지 않고 빠른 호흡을 유지하면서 자기식대로 불화와 화해하는 소설들. (여기 발췌한 부분은 그렇지가 않지만.)
김애란, 위화, 가네시로 카즈키, 박민규… 좋아하는 작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내가 읽어내는 코드란 그런 것이다. (위화의 [내게는 이름이 없다]와 박민규의 [카스테라]는 실망이었다... 장편은 재미있게 읽었으되 단편집에서 실망이라는 것인가.)
하지만 한 권의 단편집으로 열광해버린 김연수는 좀 다르다. 그는 완전 재미가 없다. 거기서 경쾌함을 찾느니 백사장에서 사금을 찾는 편이 낫겠다. 하지만 뭔가 정말 격렬하게 다가온단 말이지. 그래서 다음 책을 사놓았으되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이 기대치에는 확실히 좀 문제가 있다. 이 상태로 다음 책을 읽으면 십중팔구 실망할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둔 후로 세 권의 책을 읽었다. 중국 소설 하나, 일본 소설 두개. 일본소설쪽이 더 재미있었다... 그러나 작가를 찾아 파고들어볼 정도의 재미는 아니었다. 지금은 T세포니 B세포니 하는 것들이 주인공인 면역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소설이 아니라 재미가 없다...가 아니라, 내용이 너무 어렵다.
친구가 그랬던 것 같다. 너는 음악이나 책이나... 어째 그리 잡탕취향이냐?
문화五感  |  2006/07/13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