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머리를 훑으면 2~3가닥 정도는 쉽게 눈에 띈다.
미용실 아주머니는 뒷머리쪽에 새치가 많으시네요, 한다.
뒤에 어느 정도 분포되어 있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흰머리가 생기는 게 딱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
주름살 개선, 노화 방지, 안티 에이징, 아기 피부처럼 어쩌고... 이런 말들이 주위를 점령하는 것이 어색하다.
젊어지기 위해, 혹은 어려보이기 위해 기십 만원짜리 화장품을 집어드는 것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
...옷을 사러 가서 아줌마 같다는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비만이나 노화나, 질병 취급 받는 건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서 아쉬운 점은 '어리니까 봐준다'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 정도.
...'것 정도'라고 표현하기에는 상당히 큰 손실인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어리니까 봐준다'가 '나이값도 못한다'로 바뀐다.
"그 정도면 알 만한 나이잖아?"라는 말이 뼈아프다. 업무상 실수하는 게 스스로 용납이 안 되니까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자책이 심해진다.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상향조정되면서 또래의 실수에도 엄밀해진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지만 속으로는 "그 나이 먹도록 뭐했니"라고 비웃는다.
굳이 앞에서 상대의 잘못을 교정한답시고 껄끄러워질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
뭐, 그리고 그 사람의 그런 잘못된 점-내가 보기에는-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러나 언제나처럼
내가, 내가 비웃는 그보다 잘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라는 자세로 힘겹게 돌아온다.
무엇이 성공한 인생인지, 무엇이 출세인지 나는 모른다.
보통 돈을 많이 벌거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을 성공했다고 하는 것 같다. (돈이 많으면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을 보기는 어려운 것 같지만... 요즘은 부자라서 존경하는 부류도 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게 개인이 느끼는 행복과 어느 정도 비례하는지도 역시 모르겠다.
그래도 한동안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세월이란 독약을 마신 후 세상을 보는 내 눈이 바뀌어 욕심도 살쪄
오토바이를 팔고 자동차를 사고파 시끄러운 클럽보단 산에 가고파
세들어 사는 것도 지겨워 집을 사고파 나 자리잡고파 이제 출세하고파
한편으로는 어른 취급을 받고 싶지만(어리니까 몰라도 돼- 의사결정과정에서 무시당하지 않는다)
아이로 취급받는 것을 기대할 때도 있다.(어리니까 몰라도 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서지 않아도 된다)
되찾고 싶은 것은 동안(童顔)이 아니라, 어렸기 때문에 몰라도 되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용서받을 수 있었던 느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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