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은 트랙백입니다.
내맘대로 링크해놓고 보는 블로그인데, 왠지 노출되기를 원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그렇게 얘기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링크를 걸지 않아요...
무심한, 그리고 습관적인 질문들을 받는다.
휴가 때 어디 가? 회 잘 먹어? 고양이가 뭐가 좋아? 그 책 재밌어? …
그런 질문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판단을 한다.
"어느 수준까지 말할 수 있는 상대인가?"
여기서 한 번 걸러지고 나면 다음으로
"이 사람이 내게 원하는 대답은 무엇인가?"
가령 횟집으로 회식하러 간다고 결정된 후에 회 잘 먹어? 라고 묻는다면, 나는 거기다 대고 "나 회 싫어해"라고 말할 수 없다. 에, 뭐 그냥 먹죠- 라는 식으로 얘기해버린다. (사실, 싫어한다.)
휴가 때 어디 가? 라고 묻는 것도 마찬가지다. 질문자는 이미, 어딘가 갈 거라는 대답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런 느낌으로 묻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답은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나는 그들이 내게 진실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의례적으로, 혹은 듣고 싶은 대답을 듣기 위해 물을 뿐이다.
설혹 내가 진실을 말했다 해도, 그들은 늘 자기가 듣고 싶은 부분만 듣는다.
심지어는 그건 거짓말이고 뭔가 다른 게 있을 거라고 멋대로 추측하기도 한다.
왜, 나한테는 진실인 그게
너한테는 거짓말이야?
그리하여 나는 내 진실이,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혹은,
사회의 보편타당한 기준에 비추어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으면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한다.
뭔가를 거절해야 할 때도 상대를 판단한다.
진짜 이유를 말해줄 때도 있지만 (그 이유는 단순히 귀찮아서- 일 수도 있다.)
상대가 수용하기 쉬울 법한 구실을 대줄 때도 있다. (거짓말이라도.)
그게 편하다.
묻는 사람도, 대답하는 나도.
가벼운 사람에게는 가볍게 (실제 나는 정말 생각없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진지한 사람에게는 진지하게 (진지하게 얘기할 때조차 진심이 아닌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상생활 차원에서 반복되다 보면
나도 내 기억에 혼선이 온다. 인생이
연기다. 그런데 배우가 닭머리라 이전에 한 대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거다.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것이,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피곤하다.
지독히도 관습적이고 무의미한 대사를, 진심어린 표정으로 해야 하는 무대에 서는 것이.
※ 원문 부분인용
상대방은 감당하지 못할 진실을 요구하고, 듣고나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며 거부반응을 보인다.
사람은 언제나 진실을 원한다. 당신은 언제나 진심인 듯 말한다.
사실 사람들은 남의 입맛에 맞는, 적당히 씁쓸하고 달착지근한 진실을 준비해놓고 흩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숙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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