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절대 용서할 수 없었던 사람들도 희미해진다.
여전히 용서할 수 없지만
예전만한 증오는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편안해진다.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만회해보려고 답지 않게 무리하다가
다시 실수를 저지르고
후회와 자신에 대한 실망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다가 또
실수를 저지르고...
최초의 실수로 흐트러진 마음은 계속 실수를 창조해낸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만
누구나 실수를 한다.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던 감정들 중 몇 개가 미친 년 널뛰기를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잘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적당히 잊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잊으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이 나쁜 기억들을 점차 데려가 준다.
파도가 해변의 모래를 끊임없이 바꾸어놓듯이
시간은 우리의 기억을 끊임없이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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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가 개천을 끼고 나 있다.
개천은 거품이 잔뜩 있고
넘치는 영양분 덕분인지 잡초가 무성하고
잠자리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날아다니고
어떤 구간에서는 불쾌한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다가 보게 됐다.
그 개천에서 먹이를 건지고 목욕을 하는 두 무리의 갈색 오리들을.
심지어는
백로까지 한 마리 있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서울이 조금 더 살만한 도시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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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과
얼마나 거리가 있을까?
타인이 그러는 것을 이해는 할 수 있으되
나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어떤 일을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실제로, 할 수 있을까?
어쨌든 나는 꽤나, 변했다.
친구가 아닌 당신에게,
나는 점점 말이 없어진다.
긍정과 호기심이 점점 사라진다.
이제 누구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리하여 비로소
인간에게서 인격을 제거하고
상품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믿는 지경에 이르렀다.
친구들은 어떻게든 나를 고쳐보려고 하겠지
그렇지만 나는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를 않는다네.
5년쯤 전에 그는
전화를 받고 스팸전화라는 것이 판단되자
아무런 말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지, 그러고는 아주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어.
그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아
스팸전화는 나의 의사를 존중하고 걸려오는 게 아니니까
나도 상품을 설명하는 상대의 의사를 무시할 수 있는 거지.
그래도 관심 없습니다, 내지는
바쁘거든요, 내지는 이미 있습니다, 정도의
대응은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5년이 지났어.
나는 이제 스팸전화를 그냥 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어.
하지만 그래본 적은 아직도 없어.
그리고 나는 지금 사람을
돈 주고 살 수 있는 물건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어.
한때 높으신 분에게 우산을 씌워드리며
자기는 비를 다 맞고 걸어가는 수행원을 보며
높으신 분이 저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높으신 분이 지불하는 페이에는
그런 '서비스'가 옵션으로 추가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
이것 봐, 나는
달라졌어 그리고
나빠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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