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의 모든 실패가
한꺼번에 떠올라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은
날에는

혼잣말  |  2009/10/19 11:42

가위로 연이의 털을 잘랐다.
어쩌다 장모종이 이곳에 깃들어 관리도 못 받고 있지만
동물병원 가서 마취 받고 미용을 하느니
너와 나를 위해 가위질이라도 하는 게 나을 듯하다.
대강대강 잘라 놓으니
가출했다가 아버지에게 붙잡혀 머리카락을 잘린 소녀같다.

곤냥을 말한다  |  2009/09/23 13:09

시간이 흐르면
절대 용서할 수 없었던 사람들도 희미해진다.
여전히 용서할 수 없지만
예전만한 증오는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편안해진다.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만회해보려고 답지 않게 무리하다가
다시 실수를 저지르고
후회와 자신에 대한 실망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다가 또
실수를 저지르고...
최초의 실수로 흐트러진 마음은 계속 실수를 창조해낸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만
누구나 실수를 한다.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던 감정들 중 몇 개가 미친 년 널뛰기를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잘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적당히 잊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잊으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이 나쁜 기억들을 점차 데려가 준다.
파도가 해변의 모래를 끊임없이 바꾸어놓듯이
시간은 우리의 기억을 끊임없이 쓰다듬는다.

私事思史  |  2009/09/21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