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가 7살이니 고양이를 기른 지도 벌써 7년이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비야를 기른 지 7년, 내가 책임져야 하는 고양이가 생긴 지 7년이라는 뜻이다. 고양이는 그 이전에도 여러 마리 키웠다.

마당이 있던 옛날 집에서 키웠던 고양이는 말 그대로 '쥐 잡는' 고양이였다.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 약간으로 배를 채우고, 쥐를 잡았으며, 마당의 나무를 타고 올라가 참새마저도 잡았던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으므로, 지금까지도 기억이 난다. (다만 참새를 잡았더라는 것만을 기억할 뿐, 녀석의 외양 같은 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때 집에 있던 고양이는 외출도 자유로웠고, 딱이 사람을 따르지도 않았다. 그래도 녀석은 우리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였다. 어쨌거나 우리 집에 근거지를 두고 많든 적든 우리가 주는 밥을 먹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집에서 키웠던 고양이들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한다.
개들은 탕으로 종말을 맞거나, 개장수에게 팔려가거나, 심지어는 쥐약을 먹고 죽었다거나 하여 그 최후가 분명했지만, 고양이는 적어도 집안에서 그 시체를 본 적도, 팔려가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심지어는 고양이 똥을 본 기억조차 없다.

내게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고작 그 정도의 의미였다.
그리고 이후에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은 새삼 고양이를 사랑하게 돼서가 아니라, 단지 아파트로 이사갔기 때문이었다.

뭔가를 기르고 싶었으나 풀어놓을 공간 따위는 없었다. 풀어놓는다 해도 당연히 옆집에서, 혹은 단지 내의 사람들에게서 항의가 들어올 게 뻔하니까.
그래도 내게는 고양이가 '필요'했다. 당시 나는 불면증을 겪고 있었고, 내 상식선에서 고양이는 정말 잠을 잘 자는 동물이었다. 고양이가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도 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고양이를 싫어하시던 엄마도 이렇게 설득했다...기보다는 거의 협박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 옛날 집 옥상 지붕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는 얘기를 들었고, 나는 새끼 두 마리를 '강탈'해왔다. 내 방안에서만 키우겠다는 조건하에 데려왔고(그 조건이 지켜지진 않았지만), 이름을 지었다.
야옹아~ 나비야~는 이름이라기보다는 일반명사에 가까운 수준이니까, 그럼 나비와 야옹이를 합해서 '비야'라고 짓자.

비야. 내가 책임지고 기르는 3번째 고양이이자, 지금까지 내 곁에 있는 유일한 고양이.
(그때 같이 온 다른 한 마리는 6개월 즈음에 어머니의 강력한 주장으로 다른 집의 쥐잡는 고양이로 방출되었다. 그 이전의 한 마리도 어머니의 입김으로 다른 곳으로 보내졌고.)

그렇게 해서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좋았지만, 당장 문제가 있었다. 외출할 일이 없으니 녀석이 먹을 것이라고는 오로지 내가 주는 것 뿐이었는데, 고양이는 도대체 생선이나 쥐나 남은 밥 말고 뭘 먹고 사는거지?

지금 생각하면 실소가 나오지만, 이게 내가 대학교 2학년이었을 때의 수준이다.
그리고 달리 보면, 지금 막 처음으로 고양이를 기르려는 사람들의 수준이 아닐까?
물론 지금은 얻어들을 수 있는 통로가 워낙 많으니 그때의 나보다는 덜 헤매겠지만, 작은 털뭉탱이가 꺄옹거리고 꼬물락대면서 내게 반응할 때의 그 당황스러움이란, 막연히 정보로만 접해오던 것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어쨌든 무언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텔넷 세대라, 하이텔 내의 고양이 동호회를 알아내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그 동호회는 그나마 회원이 모자라서인지 정식 동호회도 아니었으니, 당시의 고양이가 애완동물로서 어느정도의 입지였는지 가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 아... 고양이도 개처럼 사료를 먹이는구나. 몇 종류 없네... 그래도 이왕이믄 평 좋은 거 먹이자.
- 화장실은 모래를 쓴다고? 하지만 모래 따위를 왜 돈 주고 사냐, 그냥 대야에 신문지로 해결보자.
- 간식? 내 과자값보다 더하네. 그냥 쥐포나 오징어, 햄 같은 거나 쪼금 먹도록 해라.
- 접종은 무슨... 나가 돌아다닐 일도 없는데 그런 거 뭐하러 돈들여 맞추냐.
- 우리 집 고양이가 말랐다고? 내가 생각해도 너무 살이 안찌네. 아, 구충제를 먹여야 하는구나.

...비야는 자기가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잘 알고 있는 듯이, 병치레를 한 적이 없다.
그러다가 발정이 오고, 별다른 지식도, 돈도 없었던 나는 발정기 때마다 울어대는 녀석에게 소리를 지르고 때리기를 반복했다.
뒤늦게 중성화수술에 대해 알게 되긴 했지만, 학생이었던 나는 돈도 없었고, 자궁을 들어낸다는 발상 자체가 못할 짓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4살 때 중성화를 했는데, 이건 무슨 '바람직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저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그나마 방음시설이 잘 된 편이었지만 나는 그 즈음 독립했고, 거기는 다세대에 가까운 연립주택이었다. 물론, 안에서 고양이가 발정나 시끄럽게 울면 밖에 다 들린다. 그리고 그 즈음, 나는 직장인이었으므로 돈도 있었다.

중성화를 시키고 몇 달, 나는 슬슬 고양이 한 마리를 더 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독립하고 나니 내가 출근하면 이 놈은 혼자 있어야 했고, 그게 좀 마음에 걸렸다.
이 놈도 심심하겠지. 친구가 될 만한 고양이를 하나 더 기르면 어떨까.

그래서 냥이네에 가입을 했다.
가입동기는 고양이를 한 마리 더 기르기 위해서-지금 표현으로 하면 둘째를 들이려고-였지만, 여기엔 또 속셈이 있었다. 이 카페는 회원도 많고 활동도 많은 것 같은데 '어디 한 마리 공짜로 얻을 수 없을까?'

가입해서 여러 게시판을 돌아다니다가 아차 싶었다. '고양이는 가족이예요'라는 마인드에 적응이 안되고, 냥이네 분양의 기본적인 기재양식이 요구하는 것도 내게는 너무 엄격하게 다가왔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친정 어머니가 사사건건 결혼생활에 간섭해대는 느낌이랄까.
이 느낌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어서, 애지중지 키웠다는 것이 묻어나는 분양글을 보면 별로 분양받고 싶지 않다.

내게 애완동물이란 사고 파는 거였지, 분양하는 게 아니었다.
'고양이 팔아요'라는 말을 '가족같은 냥이를 분양해요'라고 바꾼다고 해서 실제 거래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같은 냥이를 상습적으로 분양하는, 고양이를 참으로 사랑하는 대단한 업자도 많지 않은가.)
단순히 냥이네 어법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정말 고양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감히 말한다).

...가입하고 분양 신청하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나는 그동안 냥이네라는 카페의 분위기를 파악했고... 이 카페가 뭐 하는 곳인지, 이 사람들이 어떤 단어들을 쓰고 어떤 내용들에 화를 내는지 대략... (냥이네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어라도 일반사회에서는 당연하게 통용되기도 하며, 굳이 일반사회까지 가지 않더라도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렇게 분위기파악을 하고 내가 택한 것은 후원란에 있던 1살짜리 고양이었다.
이제까지 쓴 것을 보면 알겠지만, 내가 '애묘인'도 아니고, 딱이 고양이를 후원하는 데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녀석은... 예뻤다. 그리고 새깽이보다는 다 큰 녀석이 손이 덜 가니까.

그렇게 호냥이가 들어왔다.
그 전까지 내가 고양이를 기르는 것을 어떻게 생각했든, 나는 조금 생각을 바꿔야 했다. 어쨌든 냥이네 분양양식을 취해서 분양을 받았으니까.
화장실을 신문지에서 모래로 바꾸고(모래쪽이 관리가 쉽기도 했고 직딩이 되니 그정도는 쓸 수 있었다), 3~6개월에 한 번 정도 사진을 찍거나 근황을 적어야 했다. (그래도 여전히 그 분양양식 중 한 가지는 적당히 얼버무려 비껴가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또 2년, 셋째가 들어왔다. 이것 참, 이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은, 야채 가게의 2달도 안돼 보이는 새끼고양이.
어거지를 써서 훔쳐오다시피 데려왔지만, 막상 데려오고 니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는 셋째를 들일 계획이 없었다.

세 마리라니.
'개는 우울증 걸릴 것 같아서 고양이 하나 키워요'의 한 마리도 아니고, '집에 아무도 없어서 심심할 것 같아서 두 마리예요'라는 핑계도 통하지 않는 세 마리.
게다가 신경써줄 시간도 없는데 새깽이라니... 그리고 이거 일반상식선에서 보면 도둑질이잖아. 그리고 나는 널 보살펴줄 시간도 없는 직딩이라고...

사정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완전 '고양이 열나 사랑하는 년' 되는 거 아냐 이거.

그게 아닌데.
딱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건 아닌데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한 마리, 두 마리가 아니라 첫째, 둘째가 되었다...
글로 쓰거나 남들에게 말할 때는 울집 고양이가, 라고 말하지만, 울집 고양이를 품에 안으면 너무 자연스럽게 '애기야~' 하고 부른다...
'ㅇㅇ맘'이라는 식의 닉이나 고냥에게 울 딸냄이라는 식의 말은 쓰지 않지만(내가 니 에미는 아니잖어-_-), 몇 년 전부터 닉네임은 슬슬 곤냥사마니, 비야옹이니, 네꼬짱이니, 호냥년이니... 이딴 식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고양이는 그냥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기르는 동물이 사람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왠만하면 나 귀찮게 하지 말고 혼자 알아서 놀라고 고양이를 고른 거니까. (지금 보면, 내가 지들을 귀찮게 굴기도 하고, 지들이 날 귀찮게 하기도 한다.)

장난감을 갖고 놀아주는 것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이고, 겜 하고 있을 때 옆에 와서 뭔가를 요구하며 애처롭게 울면 버티다 못해 '시끄러워서' 반응해주고, 고양이는 워낙 깔끔떠는 동물이니까(실은 귀찮아서) 목욕은 연중행사다.

냥이네를 보고, 냥갤을 보고, 충무로 애견샵을 보고, 괴수고양이를 보고, 애완동물 직거래 장터를 보면서... 그리고 나를 보면서 생각한다.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고양이를 기른다.
그들을 과연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공통분모로 묶을 수 있을까?

7년 동안, 나는 애완동물 직거래 장터 마인드에서, 냥이네쪽 마인드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100%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책상이 책상이듯이, 고양이는 고양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일 뿐이다.
국회의원들이 뻑하면 '국민이 나를 원하고 있어!'를 연발할 때 정작 국민은 비웃듯이
사람이 '고양이를 위하여'를 외치며 하는 행동을 고양이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는 영원히 모르겠지...

하지만 어쨌든 고양이 덕에 즐겁다.
그렇게 7년이 흐르고, 세 마리가 우다다거리게 되었구나.
태그 -
곤냥을 말한다  |  2005/11/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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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제목으로 글을 쓰려니 살짝 두려워지려 한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보니 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은 많다;; 는 것이니.. 어찌나 글을 재미있게 잘 쓰는 사람들이 많던지.. 글 쓰는 데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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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을 떠나보내고 몇 년 후 잠시 만났던 동물들 이야기. 쫑 이후에는 개 이외의 다른 동물도 가까이 지낸 적이 없다. 이것은 쫑을 못잊어서가 아니라 우리집에서 동물을 키울 상황이 아니었기 ...
2007/11/14 14:40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이야..... 정말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고양이를 요물로 생각하지 않는, 즉 선입견이 없는 분이지만
고양이는 동물이다.라는 생각.. 저도 그래요.

그런데 냥이네..나 고양이 커뮤니티에 가면
고양이까지 싫어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너무도 극성스러워 보여서요.
고양이를 모시고 산다고 자기들은 농담식으로 말하지만
저는 그 농담도 싫고, 진짜 모시고 사는 그 꼴도
정말 보기 싫었어요.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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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4 14:40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근데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이 고양이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건 의외내요.ㅋ
저도 처음에 쥐때문에 고양이 키우게 됐을때 편견이랑 무지때문에
고생만 시키다 보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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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4 14:41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키우는 동물이 말을 안들어도 된다니.후..
저는 고양이가 요물이미지 때문에 싫기도 했고,
그 이미지가 없어진 이후에도
말을 안들어서 얄미워서 싫어했거든요.ㅋ
2007/11/16 13:27 수정/삭제
외부에서 보는 '요물' 이미지에 대항하다 보니 고양이 커뮤니티 사람들이 좀 극성(?)스러워지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전 요즘도 부모님 포함 친척분들에게 늙은 녀석 내다 버리고 새끼를 갖다 키우란 소릴 듣는걸요^^.
이젠 대응하기도 귀찮아서 '몰라몰라-' 무시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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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6 16:14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흠...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늙은애를 버리나요ㅠㅠ 불쌍하게..
오히려 더 잘 보살펴줘야죠..ㅜㅜ
근데 동물 오래키우면 그 가족들도 나중에는 그 동물을 좋아하게 되던데..
아직도 버리라고 하시다니.. 너무 하세요ㅠ
저는 언니집 개 때문에 애완견, 애완묘, 더 크게는 동물에 대한
애정이 생겼는데 말이죠.
2007/11/19 17:07 수정/삭제
독립한 후에 2,3,4째를 들여 키웠거든요.
적어도 어머니는 첫째만 남기고 다 정리해라 입장이시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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